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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글

할머니 전화

by 노이유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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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글 2020.03.26 (할머니 전화)

나에겐 외할머니가 계신다.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는 내가 10살 때 돌아가셨다.

나에겐 외할머니밖에 안 계신다.

아버지는 외할머니를 잘 챙기셨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 외할머니네 가서

외식도 하고 찜질방도 갔다.

날이 좋은 날이면 꽃구경도 가곤 했다.

나도 외할머니께 잘하려고 애썼고

생신 때마다 찾아뵙는 것은 물론이고

안부 전화도 주기적으로 했다.

외할머니는 내가 전화할 때마다

별다른 이야기를 하진 않으셨다.

공부 열심히 해라와 밥 잘 챙겨 먹어라.

너 바쁜데 어서 끊어라 등의 이야기만 오갔다.

그러다 내가 바빠서 한동안 연락을 못 드렸던 적이 있다.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외할머니는 그동안 왜 전화 안 했냐? 라고 물으셨다.

난 외할머니께서 나의 전화를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외할머니는 끊으려고만 하셨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데 턱하고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외할머니는 별 내용 없는 안부 전화가 그리운 것이었다.

그 통화를 계기로 더 자주 전화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나부터 챙길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가족들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힘든 목소리로 전화해봤자

걱정만 하실 것이다.

어서 모든 것들이 마무리되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외할머니께 전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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