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2023.07.30 (시민단체&비영리단체에 청년이 없는 이유)
나는 20대 초 중반에 시민단체에서 프로그램 기획단으로 활동도 해보고 비영리단체에서 일도 했다. 일을 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힘든 점도 많았다. 중소기업도 그렇고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에 청년들이 없다. 그 이유에 대해 직접 일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려 한다.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의 취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활동가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급여이다.
일단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는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회원들의 후원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다수이다. 그러다 보니 임금을 많이 줄 수 없다. 임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후원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아니면 정부 사업을 더 많이 따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쉽지 않다. 회원들도 매달 내는 후원금에 부담을 느끼는데 실무자가 돈을 더 받겠다고 돈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정부 사업은 아예 인건비가 없고 사업비만 있는 경우도 많고 인건비가 있다 하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춰 있다. 정부 사업도 결국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건비만 측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이며 순수 100% 회원제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는 후원금이 줄어들면 다음 달 월급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여 더 많은 임금이 책정되는 것도 아니기에 연차가 쌓인다고 해도 월급이 적다
두 번째는 많은 업무량이다.
일단 대중들이 생각하기에는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일이 편할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편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도 서류작업이 엄청 많다. 후원금 사용 내역이나 증빙 자료도 작성해야 하고 행사기획, 보도자료, 홍보콘텐츠 제작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정부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면 지출에 대한 증빙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퍼 작업도 많고 각종 행사, 시위, 집회 등 야외에서 하는 일들도 많다. 거기에 인력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항상 바쁘고 해야 할 업무가 많다.
세 번째는 관료화된 업무 시스템이다.
이번 이유는 모든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고정적으로 위탁 사업을 받거나 지정사업자로 지정된 단체의 경우에는 관료화되기 쉽다. 공무원들 많이 상대하니 공무원처럼 되는 경향이 있다. 안정성만 추구하고 하던 일만 하려고 하는 성향이다. 그렇게 관료화되다 보면 사업의 취지나 행사의 목적보다는 그저 페이퍼 작업 잘해서 그럴듯해 보이게 하는 능력만 늘어나는데 정말 세금 아깝다.
네 번째는 목적전도현상이다.
난 처음에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때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뭔가 사회를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데 내가 일조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고 주변의 단체들을 보면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일단 단체가 운영되고 실무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서 회원을 항상 모아야 하고 이미 회원인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후원금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단체가 운영되고 실무자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게 회원 모집 및 후원금을 모집하다 보면 현타가 많이 온다. 회원들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면서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모사업을 받은 단체의 경우에도 공모사업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충될 때도 많다. 그럴 때는 항상 돈 주는 쪽의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서 불합리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는 예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들을 누릴 수 없다. 야근을 했으면 야근수당 받는 것이 당연하고 주말출근했으면 주말 수당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챙겨주는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는 거의 극 소수이며 휴식여건도 보장받지 못한다. 시설이 열약하니 휴게실이나 탕비실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청소업체를 부를 돈이 없어 화장실 청소나 사무실 청소를 직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하러 온 거지 청소하러 온 것은 아닌데 고무장갑 끼고 화장실 청소할 때는 정말 멘털이 깨진다.
여섯 번째 이유는 내가 일하는 단체나 업무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없거나 좋지 않다.
내가 비영리단체에서 첫 취직을 했을 때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말은 거기 뭐 하는 곳이냐?라는 질문이었다.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면 내가 일하는 단체를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언론에서 시민단체에 대해 안 좋은 면을 부각하니 인식도 좋지 못하다. 시민단체면 시위하는 곳,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리고 어르신분들은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 보니 내가 일하는 단체에 대해 설명하고 업무에 대해 말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 청년들이 없는 이유에 대해 적어봤다. 내가 직접 겪으며 느낀 점과 주변의 단체들을 보며 느낀 점을 적었다.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크다. 시민단체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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