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2021.11.03 (내가 느낀 중소기업 특징)
난 지금 학원에서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평생학습 기관에서 강사 겸 사무보조로 일하고 있다. 내가 모든 중소기업을 가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중소기업자 봐도 무방하기에 내가 느낀 중소기업의 특징에 대해 적어본다.
1. 사무실에 구비되어 있는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워 내 물건을 써야 한다.
난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영어 듣기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근데 학원에서 줬던 스피커는 딱 봐도 안 쓴 지 엄청 오래됐고 음질도 매우 별로였다. 그래서 내가 집에서 안 쓰는 스피커를 가져다가 아이들 영어 듣기 평가를 했다. 그리고 사무보조하는 곳은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가 작업 도중 꺼진 적이 있어 그냥 내 노트북을 가져다 작업했다. 내 노트북이 엄청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간에 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2. 잡무가 많다.
분명 일하기 전 면접 볼 때나 채용 공고에는 적혀 있지 않은 것들을 시킨다. 학원 같은 경우는 평가 문제 만들기 아이들 생활기록부 작성하기 등이 있었고 사무보조 같은 경우에는 짐 옮기는 거나 다른 부서 업무를 일손이 부족해 내가 하기도 했다.
3. 인건비를 후려쳐 이익을 남긴다.
사무보조 같은 경우는 평생교육기관이고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딱히 인건비 가지고 장난치거나 후려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일이 많아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거나 야근하거나 하면 추가 수당이나 야간수당은 당연히 없었다. 왜냐면 정부지원금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일을 빨리 마치려고 했고 그게 어느 정도 잘 진행됐다. 문제는 학원이다. 학원에서 경력 1년이 안 된 강사들은 주말 보강을 1타임으로 안 치고 0.5타임으로 친다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력이 짧고 강사 일을 처음 하는 것이라 그런 거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시험기간에는 보강이 많고 하다 보니 인건비가 부담됐을 것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좆같긴 했지만 별 불평 없이 일했고 이런 곳에서는 내가 일해봤자 벌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 거 같아 내년에는 학원 때려치워야겠다.
4. 회사 복지는 없다.
정말 중소기업에서 회사 복지는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없다고 봐야 무방하고 식대 제공이 그나마 받을 수 있는 복지일 것이다. 사무보조 같은 곳에서는 밥이 먹을만하게 나왔지만 학원은 밥을 안 줬다. 학원 강의시간이 저녁시간이랑 겹치는 것도 있고 학원 내에서 밥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비품실에 컵밥이나 컵라면이 있긴 했지만 고등부 선생님 말고는 먹는 분이 없었다.
5. 일이 한 사람에게 몰린다.
중소기업은 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건 그 적은 인원 중에 일하는 사람만 일하고 설렁설렁하는 사람은 항상 설렁설렁 일한다는 것이다. 사무 보조하는 곳은 회계부서 부장님이 거의 모든 일을 다했고 학원에서는 원장님이 정말 자질구레한 일까지 다하는 모습을 봤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하기에는 어렵고 입사한 지 2-3년인 사람 이하면 딱 좋은 업무들이 있는데 중소기업은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을 많이 쓴다. 그래서 기업에서 주임이나 대리가 씨가 말라 없고 그 일을 부장이나 팀장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아예 신입 아니면 고인 물만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래서 고인물 입장에선 일 가르치면 나가고 일 가르치면 퇴사하니 힘들고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면접이나 채용공고에는 없는 일을 시키니 1년만 채우고 나가거나 그냥 그만두는 것이다.
이 정도가 내가 느낀 중소기업의 특징이다. 내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대기업 노래를 부르고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준비하는 사람들을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고 생각했다. 근데 중소기업에서 일해보니 왜 그렇게 대기업, 공기업 가려하는지 어느 정도 알 거 같다. 현실적으로 내가 대기업에 가긴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돌아다니며 일하러 같다. 그냥 중소기업, 중견기업에서 일하면서 내 생활비 벌고 스마트 스토어 키워서 빨리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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