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2021.04.08 (그녀에게 온 연락)
지난 주말 본가에 가서 가족들과 저녁 먹고 있는데
카톡이 하나 왔다.
그녀에게서 온 것이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때 난 중앙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우리 동아리는 1학기 때는 창립제 2학기 때는 체육대회를 했다.
체육 대회날 비가 왔고 우리는 동방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먹으며 놀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우리 동아리에 처음 참석했다.
난 처음 온 그녀를 챙겨줬고 그렇게 친해졌다.
체육대회 이후 우리는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카톡이나 전화를 하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갔고
우리는 점점 친해졌다.
우리는 서로 모닝콜도 해주고 이따금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토로했다.
학교 생활이 힘들고 과제가 많고
취업이 걱정된다 등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아니었다.
자신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고 첫째라서
많은 희생을 강요받았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했다.
난 그녀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느꼈고
내 나름대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해줬다.
위로하는 말도 해주고
현실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말했다.
근데 점점 말하는 수위가 높아졌다.
자살을 하고 싶어 아파트 옥상에 가봤다던가
커터칼을 보면 자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카톡이나 전화상으로 하는 내용은 대부분 그런 내용이었다.
자신의 힘듬만을 나에게 이야기하 하는 식이었다.
아무리 내가 좋게 말해봐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난 그녀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학년이 되자 서로 연락을 안 했다.
그렇게 난 군대에 갔고 그녀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군대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는데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냐며 전화를 했고
난 기억하고 있다 잘 지내냐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연락을 시작했고
만나는 약속까지 잡았다.
그때 당시의 나는 군인이었고
여자랑 대화하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기에 만나는 약속을 잡았다.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 이래저래 연락을 했다.
그때는 주로 자신이 취업을 위해
공대를 복수 전공했고
공대에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그녀와 만났는데 그녀는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자신이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만 계속해댔다.
자신이 척추측만증 초기 증세라
건강도 안 좋고 이제 곧 있으면 졸업인데
취업도 걱정이다 등등
또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힘들고 불행한 주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 만남은 끝났고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구나를
뼈저리게 느끼며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 복학을 했고
학교생활을 하다 보며 그녀를 잊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잘 지내?라는 카톡이 온 것이다.
연락해봤자 또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증명하려 들 것이 명확했기에
그냥 카톡을 읽씹 했다.
어차피 도움도 안 되고 그냥 연락을 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