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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글

돈이 중요한 이유

by 노이유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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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글 2020.10.23 (돈이 중요한 이유)

대학교 1학년 겨울에 인문학 특강에서 친해진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나에게 같이 강연기획을 할 것을 제안했다. 난 제안에 수락했고 군대 가기 전까지 기획팀에서 활동했다. 내가 강연기획팀에서 활동을 한 것은 선배들의 생각이 멋있어서였다. 선배는 아무도 20대를 대변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라고 말하며 20대가 사회에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20대의 20대를 위한 20대에 의한 강연기획팀이 만들어졌고 우리가 직접 주제도 정하고 홍보도 하고 강의실도 빌리고 연사도 초대하며 활동했다. 활동하면서 우리에 대해 빨갱이들 아니냐 라는 소문이 돌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난 빨갱이가 아니었고 경제학과에서 배우는 것이 자본주의인데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었고 멤버들도 공산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렇게 활동하다 군대에 갔고 군대에 가서도 멤버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공중전화에서 전화도 하고 휴가 때는 같이 술을 먹으면서 인연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내가 상병 때 핸드폰이 고장 나서 번호가 다 날아갔고 지인들의 전화번호부를 적어둔 종이는 훈련 중에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과 연락이 끊어졌고 강연기획팀 멤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군대 안에서도 sns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락할 방법은 없었고 어차피 복학하면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있었다. 그렇게 복학하고 강연기획팀에 갔는데 학회로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강연 기획은 하지 않았고 나와 함께 했던 멤버들은 없었다.이게 뭐지? 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학회에 들어가게 되었고 학회는 책을 읽고 발제문을 쓰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이 나에게 손해가 되지는 않으니 학회를 하기로 했었다. 그래도 멤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학회 멤버에게 물어보니 기획팀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멤버들이 다 떠나갔고 자신이 학회로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렇구나 하고 학회에서 활동했고 학교 다니다 보니 지나가다 우연히 기획팀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고 번호를 교환하고

약속을 잡아 밥을 먹기도 하고 술을 먹기도 했다. 그들은 기획팀을 나갈 수밖에 없었던 그 문제에 대해서 말을 아꼈고 나도 굳이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멤버들이 더 이상 사회에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다들 취업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준비를 했고 현실을 감당해 나갈 준비 하고 있었다. 함께 활동하며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이상에 대해 말하며 우리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자고 했던 그들은 그렇게 문제 제기했던 국가 조직에 들어가려 하고 그렇게 욕하던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을 보면서 돈이 중요하다는 것과 사람의 신념과 마음은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단단해 보였던 그들이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함부로 믿을게 못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도 안다. 그들이 자신의 뜻을 실현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회단체나 NGO에서 일해야 하는데 일은 많고 성과는 적으며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인 곳이다.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이 변한 것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돈이 있어야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고 돈이 있어야 먹고사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돈돈 했던 것이다. 돈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나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상을 꿈꾼다. 하지만 돈이란 현실 앞에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돈이 많다면 내가 원하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만들 수 있다. 이래서 돈이 정말 중요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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